반려자

송영한 | 기사입력 2010/06/10 [09:41]

반려자

송영한 | 입력 : 2010/06/10 [09:41]
언제부터인가 애완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반려자라는 말은 짝이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반려동물은 ‘짝이 되는 동물’이라는 뜻 일게다.

어느 목사님의 부모님 내외가 교외 농장에서 소일하고 계시는데 이 농장에 십수년이 된 진돗개 한 마리가 같이 살고 있었단다. 하루는 허리가 굽은 목사님의 어머님이 마당에 내려섰는데 이 개가 어디에서 서너 자 쯤 되는 막대기를 물고 와서 어머님 앞에 갖다 놓더란다. 어머님이 그 막대기를 지팡이 삼아 짚고 나들이에 나서니 그 개가 꼬리를 치며 그렇게 좋아하더라는 이야기다. 목사님에게 직접들은 이야기니 지어낸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개가 이쯤 되면 ‘개 같은 X’라는 표현은 개를 모독하는 표현으로 쓰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어제는 저녁식사를 같이 한 어떤 분은 집에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고 있는데 14년 된 강아지 한 마리가 소변을 조절하는 신경이 마비돼 하루에도 몇 번씩 소변을 짜주어야 한다고 한다. 강아지가 살 만큼 살았고 소변을 짜주지 않으면 소변을 질질 흘리고 다녀 안락사를 시킬까 여러 번 고민 했으나 딸의 반대로 그냥 수명을 다 할 때 까지 데리고 살기로 했는데 그렇게 결정하고 나닌 그 강아지가 더 사랑스러워 보이더라는 얘기였다.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길다는 보고가 있다. 이유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라니 사람이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동물을 통해 위로 받고 산다는 이야기다.

전북 임실 오수에 가면 술 취한 주인을 구하려 몸에 물을 묻혀 불을 끄다가 죽은 개를 기리고자 그 이야기를 교과서에 싣고 동상을 세우고 오수의견문화제를 열 정도로 사람보다 나은 개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고 있다. 사실 새벽에 들어가도 집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듯 인상을 쓰지 않고 유일하게 꼬리를 치며 반겨주는 것은 강아지고 구박을 해도 변함없이 주인을 따르고 충성하는 것도 개다. 그래서 요즘은 특히 마나님들에게 구박 받는 40~50대 중년 남자들이 강아지에게 사랑을 쏟는 경우가 많다 한다.

반려자는 배우자라고도 하고 또는 배필(配匹)이라고도 한다. 창세기에도 “여호와께서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아름답지 못해 돕는 배필(히브리어:에제르)을 지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돕는다는 것은 남자를 위해 희생한다는 뜻이 아니라 남자가 구렁텅이에 빠졌을 때 긴 막대기를 건네주면서 “이걸 붙잡고 나오세요”하는 의미의 돕는 배필이다. 하나님은 남자는 힘이 세게 여자는 지혜롭게 창조하셔 서로 조화를 이루고 살도록 하신 것 같다.

이런 창조의 질서야 말로 우리 인간이 깨트리지 말아야 할 질서다. 이 질서는 사람과 사람 관계는 물론 사람과 모든 생명체가 공유해야할 질서이고 규범이다. 비록 생명이 없는 식물이라 할지라도 필요 이상 망가트려서 창조의 질서를 파괴한다면 이는 조물주에 대해 도전장을 내는 일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4대강 사업처럼 생명의 사슬을 끊는 것은 곧 조물주가 창조한 세상의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깨트리는 일인 것이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말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많은 찌라시 언론들이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패배한 것도 “민중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선거 때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민중의 뜻을 무시한 채 권력자로 군림하며 일방통행을 강요한데 대한 응징인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 당선된 분들도 오수의 의견(義犬)과 같이 유권자를 섬기는 충복(忠僕)이 되지 않으면 역사의 회초리는 반복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열매를 보면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안다”고했다. 경기도 의회에서 임기를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낙선자들이 세비로 의원연수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역시 그 잘난 분들을 낙선시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제 입만 열면 “머슴이 되겠다”느니 “섬기겠다”느니 하는 말 따위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신물 나게 들어 식상한지 오래다. 차라리 이제는 “여러분들의 반려자가 되겠습니다”하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목사님네 진돗개처럼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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