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윤돈선 인터뷰

배우 윤돈선

김용기 | 기사입력 2013/01/11 [00:07]

연극배우 윤돈선 인터뷰

배우 윤돈선

김용기 | 입력 : 2013/01/11 [00:07]
▲ 배우 윤돈선     © 김용기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배우가 되고 싶은 배우, 윤돈선을 만나다.

 오래된 경기 침체로 예술인들의 설 자리가 더욱 작아지고 있는 요즘, 20년을 넘게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배우 윤돈선을 만나러 그가 공연 중인 아름다운 극장을 찾아가 보았다.

 <킬러 오브 나이트>에서 주인공 효섭의 친구 정국으로 출연하고 있는 그는, 극에서의 소심하고 우울한 캐릭터와는 달리, 힘 있는 목소리와 반짝이는 눈을 가진 마흔을 넘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묘한 힘이 느껴졌다.

연극과의 인연 연극부로 유명한 서라벌고등학교 때 연극 동아리를 시작으로 대학로에서  막내로 시작한 극단 생활과, 군대를 제대한 이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거치면서 전문 연극인으로서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는 연극 밖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없었다고 한다.  
 
 1999년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하면서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닫게 되었고, 3년 동안 여러 나라를 다니며 공연계의 다양성을 보면서 자신만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난타>의 명성을 뒤로하고 다시 대학로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결혼하여 자녀도 있었기에 그런 결정이 쉽지 않았으며, 그 후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는 그때, 그는 연극을 버릴 것이 아니라 더욱 깊게 파고 들기로 결심하고 2005년에는 <창작그룹 가족>을 창단하였다.

창작그룹 가족과 아름다운 극장

 <창작그룹 가족>은 당시 대학로에서 활동 중이던 30대 중후반의 젊은 배우들과 작가, 연출, 무대, 조명, 음악감독 등의 각기 다른 전분부야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예술을 창조하고자 모인 집단으로, 당시 대학로에서는 보기 드문 조합이었다.
 
그는 극단의 대표로서 상하관계의 집단이 아닌 각 분야의 스텝들이 모두 의견을 내어 팀으로서 평등하게 작업함으로서 공동창작의 방식을 선택했다. 레퍼토리로는 명작의 재탄생 시리즈로 <세익스피어 in 햄릿>, <그때 그 크리스마스의 추억>(원작 : 유리동물원)을 공연했고, 명작가 시리즈로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사고 – 그래도 가능한 이야기>등을 초연했다.
 
아내가 극단 식구들의 밥을 하고, 대관료가 싼 극장을 구하러 발품을 파는 것도 이골이 났지만 형편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갈등도 심해졌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 번 일을 저지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느끼게 하기 위해 집을 경기도 광주의 작은 시골로 들어가면서 매일 대학로로 출퇴근을 하더니, 다음 해인 2008년 3월 29일, 지인과 함께 아름다운 극장을 개관한 것이다.

 아름다운 극장은 대학로의 소극장으로는 드물게 넓은 무대와 전문장비를 갖추고 전기용량도 크게 설비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대 바닥부터 객석까지 모두 윤돈선 대표와 단원들의 손으로 만들었으며, 조명과 음향 설비 또한 현직 조명감독, 음향감독이 설치함으로써 그야말로 연극인들의 맞춤 극장이 된 것이다.
 
그 후로 창작 쇼케이스 페스티벌로 <19, 25, 64>, <Stranding>, <실선>, <철수영희>, <삽>, <모두 안녕하십니까> 등의 많은 작품을 올리며 연극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더욱 굳게 자리해 왔다.
 
Now & Then
 2011년 <모두 안녕하십니까>를 이후로 <창작그룹 가족>의 작품이 뚜렷이 없는 이유는 역시 현실적인 부분이었다. 오랜 경기침체로 연극을 제작할 때마다 큰 손실이 이어졌고, 관객들은 몇몇 유명인이 나오는 연극과 뮤지컬로 발길을 돌렸다. 윤돈선 대표 역시 극장은 대관을 주고, 기업체 강의를 하며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배우 윤돈선

최근 출연한 작품이자 흥행에 성공한 <키사라기 미키짱>에 이어, 지금 출연 중인 <킬러 오브 나이트>에서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야말로 물이 오른 중견 배우가 되었다. 지금 공연 중인 <킬러 오브 나이트>에 대해 묻자, “최근 하는 작품들에서 우울하고 소심한 역할의 아이콘이 되었는데 이것도 재미있더라구요. 예전에 젊었을 때는 햄릿처럼 심각하거나 힘있거나 펄펄 뛰는 역할을 맡았다면 요즘엔 제 나이처럼 실패와 아픔을 겪는 역할을 하다보니 힘을 빼고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제 아내는 그게 더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구요.” 하며 웃었다.

 그는 꿈을 이뤘다고 한다. 모두들 그에게 “너는 행운아다. 가정도 꾸리고, 자녀도 있고, 연극을 하면서 살고 있으니 꿈을 이룬 소수의 행운아 중 하나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꿈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꿈에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아이들도 연예인이 꿈이고, 젊은 연극인들도 돈 안되는 작품을 하지 않으려고 자꾸 떠나는 것이 안타깝다. 내 꿈에 살면서 이제 다른 사람에게 그 꿈을 나누고 살아가고 싶다. 꿈은 항상 자라는 중이기 때문이다.”라며 늘 긴장하며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여전히 그는 가난한 연극배우 윤돈선이지만, 속은 꽉 차고 많은 것을 가졌으며, 또 그가 가진 것을 어떻게 나눌지 시선을 끄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바람대로 관객들이 다시 소극장으로 돌아와 연극인들이 연극을 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아름다운 극장에서 2월 17일 까지 공연되는 연극 <킬러 오브 나이트>에서 그의 진솔한 연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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