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 요보비치는 왜 한국에 왔나?

유진모 | 기사입력 2017/01/13 [14:45]

밀라 요보비치는 왜 한국에 왔나?

유진모 | 입력 : 2017/01/13 [14:45]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스틸.

 

[K스타저널 유진모 칼럼] 할리우드의 섹시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가 한국을 찾아 각광을 받고 있다. 자신을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여전사 캐릭터로 만들어준 영화 '레지던트 이블' 마지막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의 홍보 차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은 것. 특히 이 영화엔 이준기가 출연해 한국 관객들에겐 의미가 각별하다.

 

이준기는 엄브렐라 그룹의 사령관 리 역할을 맡았다. 그는 요보비치의 한국관광을 안내하는 한편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해 한국팬들과의 교감에 훌륭한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상을 구할 백신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입수한 인류의 마지막 희망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바이러스와 자신을 만든 엄브렐라 그룹과 벌이는 마지막 전쟁을 그렸다.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자신이 주연한 영화의 개봉에 즈음해 홍보 차 한국을 방문하는 시스템은 이미 굳어진 지 오래. 예전의 일본이나 중국을 주목적지로 한 김에 아르바이트차원에서 경유하는 것과 달리 그 나라와 동등하거나 심지어 한국시장이 주 타깃이 된 것이다.

 

이는 한류열풍과 불가분의 관계다. 이미 한국의 대중문화는 아시아의 중심이다. 극심한 혐한증의 일본이나 소국이라 깔보는 중국조차도 한국의 연예인, 음악, 드라마, 영화 등에만큼은 선입견 없이 열광한다.

 

따라서 할리우드 슈퍼스타들이 한국에 오는 이유는 한국에서의 바람몰이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매출을 증대시키고자 하는 목적과 더불어 한국시장을 리트머스 시험지로 해 마케팅 및 향후 다양한 활동의 시금석으로 삼기 위함이다.

 

물론 대한민국이 인구 대비 영화관객수가 많은 점도 이유가 된다. 5000만 명의 인구에 불과하지만 한 해에 1000만 관객의 영화가 2편씩 탄생할 정도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매년 전체 관객 수가 2억 명을 돌파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외화에 다소 배타적이고 한국영화에 일방적인 가산점을 줘온 관객들의 성향이 많이 바뀐 것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부추겼다. 1988년 국내에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가 직배영업을 개시할 때만 하더라도 관객들은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저지운동을 열렬히 지지했다.

 

하지만 어느새 스크린쿼터제와 직배반대 등의 저항운동이 의미가 윤색될 정도로 한국영화의 수준과 배급사 규모가 성장함으로써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것.

 

이준기 일본 프로모션 컷.


그도 그럴 것이 아바타’(2009)가 외화로선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겨울왕국’(2013) ‘인터스텔라’(2014)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등 매해 한 편씩 1000만 외화가 탄생하는 상황이다.

 

직배 블록버스터의 경우 배급사에서 선전했다고 여기는 스코어가 300만 명이다. 한국영화 블록버스터의 경우 300만 명은 재앙이다. 메이저스튜디오의 경우 한국시장은 매력적이다.

 

이는 MLB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첫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1994LA다저스에서 데뷔할 때의 연봉이 109000달러(1억 원 이상)였고, 1998230만 달러(20억 원 이상)를 받았으며 2001년 메이저리그 풀타임 6년차 중 최고 연봉인 990만 달러(100억 원 이상)까지 올랐다.

 

1994년 메이저리그 입장에선 적은 돈이었지만 국내 야구시장 수준에 비췄을 땐 억대가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와 다저스는 국내에 방송 중계권을 팔고 메이저리그 붐을 조성함으로써 꿩(성적)도 먹고 알(부대수입)도 먹는 실속을 챙겼다.

 

할리우드 배우의 마케팅 방문은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한국팬들을 배려해준다는 순수한 차원의 고마움을 느낄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단순하게 우리의 급상승한 위상에만 도취할 필요는 없다. 우리 배우와 영화와 드라마와 음악의 수준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상전벽해인 것은 맞지만 어차피 할리우드 메이저스튜디오는 철저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상술을 전면에 앞세운다는 것쯤은 알고 지나갈 일이다.

 

이준기가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에 주요 악역으로 출연한 것 역시 호들갑떨 일은 아니다. 정우성은 아무리 비중이 크더라도 악역이라면 할리우드 러브콜은 사양한다고 선언한 데 박수칠 필요까진 없지만 생각의 여지는 남는다. 전 세계에 배급되는 영화에 한국배우가 만날 악당으로 등장하면 그 파장은 명약관화하니까.

 

그런 면에서 최근 매그니피센트7’에서 멋진 정의의 터프가이로 등장한 이병헌의 활약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힘입어 그가 영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패션&컬쳐 매거진 Glass에서 창간한 첫 남성지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북미 지역 등에서 월드와이드로 동시에 판매되는 Glass Men의 표지를 장식한 점은 의의가 각별하다.

 

해외스타가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것도 즐겁지만 한국스타가 해외에 깊고 넓게 진출하는 게 모든 면에서 더 유익하다.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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