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고아의 엄마 모찌즈끼 가즈의 삶, 연극 ‘엄마’로 재조명

서수민기자 | 기사입력 2017/02/04 [08:23]

전쟁고아의 엄마 모찌즈끼 가즈의 삶, 연극 ‘엄마’로 재조명

서수민기자 | 입력 : 2017/02/04 [08:23]
▲     연극 '엄마' 포스터


[K스타저널 서수민 기자] 연극 무대에서 ‘한국전쟁 고아들의 엄마’로 불린 일본 여인 모찌즈끼 가즈(望月和)의 삶이 또 한 번 재조명된다.

 

‘극단 미연’은 오는 2월 10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효천아트센터 그라운드씬에서 연극 ‘엄마’를 공연한다. 한일수교 50주년 기념작으로 초연된 이후 매해 공연되고 있는 인기 작품이다.

 

연극 ‘엄마’는 한국전쟁(1950~1953)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친 일본 여인 모찌즈키 가즈의 실화를 담았다. ‘사랑의 이발사’라고 불린 그는 엄마로서 평생 133명의 전쟁고아들을 키우며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모찌즈끼 가즈는 192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31년 군수품 사업을 하던 홀어머니를 따라 중국의 만주로 이주한 모찌즈키는 6살 때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한국에서 세상을 뜨면서 고아가 된다.

 

그는 중국인 가정에 팔려 온갖 고생을 하다가 일본군의 보호를 받는다. 13살에는 일본 사업가의 집에서 잔일을 하며 지내다가 선술집에 팔려가 고초를 겪기도 하지만, 한 일본인의 도움으로 자유의 몸이 되어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어머니의 유골을 찾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왔다가 한국전쟁으로 발이 묶이고, 피난 도중 어머니를 잃은 한 아이를 보살피게 된 것을 시작으로 전쟁고아들을 돌보게 된다.

 

부산에서 막노동과 이발소를 운영하며 고아들과 살다가 1953년 휴전이 되자 아이들과 함께 서울로 온다. 서울에서 무허가 이발소를 경영하며, 고아들의 끼니를 잇기 위해 피까지 팔아가며 생활을 한다.

 

그의 삶은 동아일보 한 기자의 보도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그는 133명의 전쟁고아를 돌본 ‘사랑의 이발사’, ‘38선의 마리아’라는 호칭을 얻는다. 그리고 이발사 면허도 정식으로 취득하게 되고, 서울시는 그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한다.

 

그러나 고아들과 함께 살던 판자 집이 도시 재개발에 따라 강제로 철거된다. 이에 그는 자살을 시도하고, 이 사연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각계각층의 후원이 답지한다.

 

그는 1983년 뇌출혈로 쓰러져 고아들의 ‘엄마’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게 된다. 1971년 우리 정부는 그에게 대통령 명예훈장 동백장을 수여한다. 그의 유해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모찌즈끼 가즈의 삶은 지난 1965년 김기덕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영화는 ‘이 땅에도 저 별빛을’이란 제목으로 상영되었으며 황정순과 안인숙이 주연을 맡았다.

 

연극 ‘엄마’의 연출자 김순영은 “숭고한 인간애의 모범을 자신의 인생 속에서 보여준 한 일본 여인의 삶을 통해 새로운 한일관계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김순영은 일본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일본 문화전문 연출자로 정평이 나 있다. 한일합작극 ‘씨앗’으로 주목을 받았고,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를 비롯해 ‘삼류배우’, ‘사랑을 주세요’, ‘사랑의 방정식’, ‘만약에 예수님이 서울에 오신다면’ 등을 연출했다.

 

한국에서 삶을 마친 일본 여인의 심리를 좀 더 심도 있게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음악은 일본의 유명 작곡가이자 여류시인인 요시오카 시게미가 맡았다.

 

주인공 모찌즈끼 가즈는 지난 2007년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한 박호석이 맡았고, 1999년 서울연극제 연기상 수상자인 박기산, 지난해 대학로의 젊은 유망주로 떠오른 차한나, 그리고 13명의 아역 배우들이 전쟁고아로 출연해 지난 시대의 추억과 사회상을 재현한다.

 

[K스타저널 서수민 기자 / 사진=공연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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