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문화예술회관,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爾)’ 공연

“이것이 진정 웃음의 미학이다!”

노승원 기자 | 기사입력 2010/09/08 [10:09]

거제문화예술회관,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爾)’ 공연

“이것이 진정 웃음의 미학이다!”

노승원 기자 | 입력 : 2010/09/08 [10:09]
 
거제시문화예술재단(이사장 권민호)은 2005년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하며 공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이>를 오는 10월 2일(토)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2000년 초연 당시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한국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수상, 이듬해 2001년에는 최고 권위의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기상을 수상, 이후 전일 전회 매진의 기염을 토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쥔 대한민국 대표 연극이다.

연극 “이(爾)”는 온갖 천대와 멸시에도 누구보다 떳떳했던 궁중 광대들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음모,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왕과의 애틋하고 미묘한 관계를 다룬 연극으로 웃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생각해 보는 진짜 재미있는 연극으로 정평이 나있다.
 
▲   연극 '이'  © 사진제공 : 거제시문화예술재단


연극 “이(爾)”는 연산군에게 낙점되어 웃음과 몸(동성애)까지 바쳐가며 가장 낮은 신분인 천민에서부터 희락원 종4품이라는 지위까지 오른 궁중광대 ‘공길’의 이야기이다. 조선시대 궁궐 내에서 질펀하게 펼쳐진 궁중광대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연극에 시대성을 담아 ‘놀이정신’과 ‘웃음의 코드’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며 자연스러운 음악놀이의 모습을 펼쳐 보일 것이다.

기막힌 극적 설정 - 연산이 동성애자였다?

연극 “이(爾)”는 두 가지 기발한 극적 설정에서 출발하는데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다’는 것과 ‘연산이 광대 중에 하나인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동안 금기시 되어 왔던 ‘동성애’라는 설정은 말초적인 자극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함이 아니다. 동성애는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단단히 묶어놓고, 녹수와 공길의 갈등을 심화시켜 힘의 대결로 끌고나가는 극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한편, 연산군이 좋아했다는 ‘광대극’은 ‘동성애’로 고조된 갈등과 긴장상태를 ‘웃음’으로 이완시키는 장치이다. 긴장과 이완을 넘나드는 극적효과는 바로 이 두 가지의 기발한 극적 설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선시대 개그콘서트 ‘소학지희(笑謔之戱)’

연극 “이(爾)”는 말장난, 성대모사, 흉내내기, 재담, 음담패설 등 언어유희를 이용해 시정을 풍자하고 정치적 비리를 고발했던 조선시대의 언어유희 ‘소학지희(笑謔之戱)’를 통해 극의 갈등과 인물관계를 전개하고 있는데 소학지희란 몸과 기예가 필요한 규식지희(칼 삼키기, 줄타기 등)와 달리 주로 말로 웃기는 놀이로써, 오늘날의 개그 콘서트라 할 수 있다.

연극에서 공길이 소학지희를 통해 윤지상의 비리를 고발한 것과 같이, 소학지희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정치행태나 풍속의 부정적인 면을 왕에게 우회적으로 보고하는 수단이었으며, 왕은 이를 토대로 시정을 명령했던 사례도 발견된다.

제목 “이(爾)”는 조선시대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던 말로 극중에서 연산군이 자신이 아끼는 궁중 광대 ‘공길’을 부르는 호칭이다. 천민 출신 광대의 신분으로 임금에게 ‘이’라는 호칭을 받은 ‘공길’은 연산군일기 제60권 제22장에 기록된 실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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