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가정식’ 의 유혹…뿌리칠 수 있나요?

박정아 기자 | 기사입력 2014/03/11 [19:18]

‘프랑스 가정식’ 의 유혹…뿌리칠 수 있나요?

박정아 기자 | 입력 : 2014/03/11 [19:18]

[K-스타저널 박정아 기자] 10시에서 11시 사이,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라면 배고픔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마의 시간. 다이어트 부작용 때문일까? 에너지 공급 중단으로 내 머리 속의 지우개마저 쪼그라들어 끊임없이 생성되는 음식에 대한 갈망을 지워내기엔 역부족이다. 더 이상 나약한 의지만으로 무시무시한 식욕이라는 본능을 잠재울 수 없을 때 필자는 TV를 켠다. 다름 아닌 요리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서.

 

이길 수 없는본능이라면 속이는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을 통해 음식을 섭취했을 때 뇌로 보내지는 포만감 신호를 눈과 귀를 통해 시도하려는 처절한 노력의 일환이다.

 

  

올리브 TV프랑스 가정식을 접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프랑스 가정식요리요정으로 변신한 정재형이 9년간의 프랑스 유학시절, 자취생활을 통해 쌓은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프랑스 가정식 레시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은 가정식프랑스 요리를 만나는 재미로 시작했다. 사실 프랑스 요리는 매일 먹는 한식, 시내 레스토랑 어디서나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중식, 양식 등과 달리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포스를 풍긴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프랑스 요리라고 하면 푸아그라(거위간) 또는 달팽이 요리를 떠올릴 만큼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는 독특한 식재료에 대한 선입견이 그 첫 번째 이유일 것이고, 식전주부터 후식까지 적게는 5단계 최대 12단계로 진행되는 프랑스 코스요리의 복잡함이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가정식에서 정재형은 매회 30분도 채 되지 않는 방송시간동안 그라탱 도피누아’, ‘블랑켓 드 뽀같은 멋들어진 프랑스 요리를 두세 가지씩 뚝딱 만들어낸다. 그것도 달팽이가 아닌, 먹다 남아 냉동실에서 몇 주 이상 숨도 못 쉬고 있던 돼지고기나 냉장고 신선실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는 감자, 마늘, 양파 등 흔한 재료들로 말이다.

 

아무리 가정식이라고 해도 프랑스 요리를 바로 따라서 만들어 먹긴 힘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 호강시켜줄 요량이었던 필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다.

 

절반은 입으로 요리하는 요리사 정재형의 수다 역시 기대치 못했던 즐거움이다. 일찍이 MBC ‘무한도전에서 남다른 예능감으로 눈길을 끈 정재형이 프랑스 가정식에서도 특유의 입담으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는 것.

 

  

스스로를 요리 천재라 칭하며 자신있게 감자 썰기를 시작했지만 긴장한 탓에 연신 도마에 헛칼질하는 허당의 모습부터 토마토 껍질을 벗기다 순간 부끄러워하며껍질을 벗긴다고 하니까 뭔가 야하다면서 수줍게 웃는 신동엽식 섹시 개그멘트까지.. 매회 물오른 예능감으로 프로그램을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요리하는 중간중간 자신의 유학시절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녹화장의 스태프들을 자신의 집에 놀러온 후배인냥 능청스럽게 부려먹는(?) 인간 정재형의 내추럴한 모습은 프로그램의 재미와 함께 그의 요리를 더욱 가정식답게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유쾌한 수다 속에 드디어 요리가 완성되고 카메라는 정재형이 그릇에 먹음직하게 담긴 음식을 입안 가득 넣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배로 확장된 동공과 함께 치켜 올린 엄지손가락.

정재형은 미처 말로 다 하지 못한 맛 표현을 표정과 마임으로 했다.

 

이쯤 되면 도저히 소파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없다. 화면 안에서 정재형이 요리 재료를 소개할 때부터 이미 우리집 냉장고 안에 뭐가 있었더라머릿속으로 냉장고를 스캔하고 있던 터였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방금 본 니스풍 샐러드를 만들기 시작한다. 야채는 살이 찌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그리고 이번이 절대 마지막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느끼면서 말이다. ‘프랑스 가정식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음을 느낀 필자는 아마도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까지 다이어트를 미뤄두어야 할 듯 하다. (사진: 올리브 TV ‘프랑스 가정식방송 캡처)

 

[K-스타저널 박정아 기자] 보도자료 및 취재요청 j.a-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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