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현실 교육을 실천하는 한국인 교장 선생님

노승원 기자 | 기사입력 2010/08/19 [10:58]

라오스, 현실 교육을 실천하는 한국인 교장 선생님

노승원 기자 | 입력 : 2010/08/19 [10:58]

대안학교의 사전적 의미는 ‘중도탈락자 등 부적응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일반학교와는 다르게 전인교육과 체험학습 등에 중점을 둔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고안된 학교’라고 되어 있다.
 
▲  사진제공 : 라오스코리아타임즈©

그러나 최근의 ‘대안학교(Alternative School)’는 영국의 ‘알렉산더 닐’이 1921년 설립한 ‘서머힐 학교(Summer hill school)’의 이념에 따라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기존 교육형식이나 틀을 바꾸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대부터 다양한 대안학교가 생겨나, 지금은 국가 교육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전근대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체계를 개선하고 변화를 꾸준히 갈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시작된 일종의 교육개혁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인성교육을 중시하고 잠재적인 능력을 찾아내는 등 인재양성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제도권을 벗어나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라오스에 대안학교를 만든 한국인이 관심을 끌고 있다.

비엔티안 시내 중심부에서 와타이국제공항을 지나 사나캄방향 도로를 따라 약 2Km정도 진행하면 우측편에 숲속의 별장처럼 ‘라오스 평화학교’가 보일 듯 말 듯 숨어있다. 학교라기보다는 주택에 가까운 평화학교는 한적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하기에 공간은 충분해 보였다.

현재 이곳에서 머물며 수학하는 학생은 모두 15명,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의 유학생, 라오스 현지 청소년까지 가세해 글로벌학당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라오스에 온지 일주일, 올해 열여덟의 고등학교 2학년 김성우 군은 “한국과 환경이 달라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와 보니까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고 불편한 것은 전혀 없다”고 평화학교 입학 소감을 밝혔다. 부모님의 권유로 이곳에 온 김 군은 ‘왜 라오스냐’는 질문에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앞으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듯 공부하고 싶어 라오스에 왔다”고 당당하게 제법 어른스러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적응 4개월째 접어든 김민이(16.여중3) 양은 “습도가 많다는 것 외에는 우리나라 여름과 비슷해 생활하는데 특별히 어려운 건 없다”며 “전과정을 영어로 수업하고 밖에 나가면 모두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한국보다 빨리 영어를 배우고 귀에 들어온다”고 말하고 “한국과 달리 밥과 빨래, 반찬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 귀찮고 힘들때도 있지만 모든 것을 배운다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다”고 이곳 생활을 들려주었다.

교사이자 때로는 친구인 영어담당 서진원(44) 선생은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하고 싶어 외국인들이 붐비는 중심가를 일부러 찾아 나서고, 혼자 태국과 캄보디아, 필리핀을 여행한다면 믿겠어요?”라며 “이번 졸업생 중에는 이 나라 최고 학부인 동독대학교 법대진학을 준비하고, 또 라오스 최고의 미디어그룹을 꿈꾸며 라오어과에 지망하는 제자가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흘러 넘친다”고 제자 자랑에 한껏 열을 올렸다.

그는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며 느끼는 것은 ‘영어는 학습보다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로 접근해야 이해가 빠르다”며 “영어권의 많은 나라를 다녀봤어도 언어교육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진 나라는 바로 이곳”이라고 라오스를 예찬했다.

미국 생활만 20년, 원어민 영어를 가르치는 서 선생은 “일단 한국의 부모님들이 가장 부담을 갖는 문제는 대학진학과 졸업 후 취업인데, 이곳은 3개국 언어는 기본이고 각자의 의지에 따라 더 배울 수 있으며, 대학은 물론 우수한 직장까지 보장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곳은 한국에 비해 수입이 적고 문화생활이 없어 때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이곳에 뿌리를 내릴 작정”이라며 “교육자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제자들의 실력향상이 눈에 보일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데 라오스가 바로 그런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곡성평화학교를 설립한 라오스 평화학교 최기철 교장은 “우리나라 교육환경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현실로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굳이 라오스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눈을 밖으로 돌리면 자녀들을 훌륭하게 교육시킬 수 있는 곳은 수없이 많다”며 입을 열었다.

최 교장은 “이곳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 영어와 라오어를 중점적으로 지도하며, 감성교육을 통해 인성을 함양하고 체력단련을 위한 각종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며 “목공과 옷 만들기, 제빵기술 등 살아가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적인 교육을 실시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대안학교하면 국어와 수학, 인문과학 등 정규과목을 걱정하는데 우리나라 교과부가 인정한 공식교재로 수업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태국과 캄보디아 등 주변국을 돌아다니며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3개월간의 여름학교로 부모님들 반응도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 교장은 “현재 태국과 인도, 캄보디아 등 주변국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제적이고 수준 높은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자립학교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교육보다는 체험을 통한 살아있는 교육을 구현한다는 취지로 후아이남 지역에 약 4만평의 학교 부지를 매입해 현재 설계 중에 있고, 이곳에 주변국과 연계해 서로 교류하는 국제학교를 만들려고 한다”고 계획을 들려 주었다.

또한 그는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것은 위급상황시 응급조치가 가능한 병원인데, 다리 하나 건너면 높은 의료수준과 질 좋은 서비스의 대형병원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2세로 대안교육에 합류한 정윤환(16.중3) 군은 “한글과 영어, 라오어를 동시에 배우고 언어실력이 많이 늘어 부모님이 좋아한다”며 “형들과 누나들이 함께 생활해 공부가 즐겁고 재밌다”며 환하게 웃었다.

또 이곳에는 10남매 중 막내인 라오스 현지 학생 미야오(18.여고2)도 교육을 받고 있었다. 미야오는 “라오스는 영어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싶어도 기회가 많지 않은데,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며 한국어, 영어, 라오어로 대화를 주고받아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라오스 평화학교는 지난 2006년 ‘꿈과 사랑과 평화’를 교육이념으로 설립한 전남곡성평화학교 분교로 현재 4명의 교사가 15명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 최대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태국 ‘시사아속재단’과 연계한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내년 국제학교 설립을 계획중인 최기철 교장은 한국에서 13년간 교직생활에 몸담았던 교육자로 알려져 있다.

현재 라오스평화학교는 오는 9월 4일까지 2011년도 신입생을 접수받고 있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곡성평화학교 홈페이지 www.gopeaceschool.net )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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