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JYP와 재계약? 팀과 간판멤버의 함수관계

유진모 | 기사입력 2017/02/06 [10:44]

수지 JYP와 재계약? 팀과 간판멤버의 함수관계

유진모 | 입력 : 2017/02/06 [10:44]
 

[K스타저널 유진모 칼럼] 수지가 JYP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올봄 만료됨에 따라 좋은 분위기 속에서재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그룹에서 한 명이 튈 경우 그가 팀도 소속사도 모두 떠남으로 인해 피해를 끼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미쓰에이가 개점휴업인 상태에서 수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미쓰에이는 2010년 데뷔해 JYP의 간판이었으나 활동중단 중이던 원더걸스의 공백을 충분하게 메워줬을 뿐만 아니라 수지라는 ‘100억 원 소녀를 탄생시켰다. 수지가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갑자기 국민 첫사랑으로 부각되며 멤버 중 단연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배드 걸 굿 걸’ ‘굿바이 베이비’ ‘허쉬’ ‘터치’ ‘남자 없이 잘 살아등 꾸준한 히트곡을 내며 불협화음 없이 정상의 걸그룹으로서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지아가 재계약을 안 하고 고국인 중국으로 건너가 다음 달 바나나플랜과 전속계약을 맺고 자국 내에서의 활동에 매진함으로써 사실상 미쓰에이는 문을 닫았다. 페이는 지난해 7월 솔로앨범 판타지를 발표한 뒤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며 JYP의 중국 역수출 솔로체제를 구축했다. 민은 영화 순이’, Mnet ‘힛 더 스테이지’, 뮤지컬 꽃보다 남자등에 출연하며 가수보다는 만능 엔터테이너 쪽에 무게를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수지는 최근 첫 솔로 앨범 예스? ?(Yes? No?)’를 발표하고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또한 새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이종석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미 드라마 구가의 서까지 성공으로 이끌며 스크린과 브라운관 그리고 음원차트를 정복한 그녀의 앞길은 미쓰에이가 있건 없건 별 문제가 없을 듯하다.

 

JYP는 아직 미쓰에이의 활동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 3인체제로 갈 수도, 새 멤버를 영입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원더걸스의 해체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수지에 이어 민도 계약기간이 곧 만료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만약 미쓰에이가 해체된다고 가정할 때 과연 그게 수지 혼자서 저 멀리 달아나 ‘100억 원 소녀가 됐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원더걸스의 해체 이유는 도대체 어디 있을까?

 

그룹은 절대 멤버 전원이 똑같은 비중의 인기를 얻을 수 없다.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 특정 팀을 좋아하더라도 그중에서 가장 호감을 느끼는 멤버는 각기 다르지만 대체로 다수는 보편타당한 시각을 갖고 특정 멤버에게 애정을 몰아주기 마련이다.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가 당대의 여성들을 기절시킨 건 맞지만 4명이 함께했을 때의 얘기지 각자 흩어져서 다닐 땐 좀 달랐다. 비틀즈의 간판은 누가 뭐래도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였다. 그래서 조지 해리슨과 링고 스타가 평소 불만이 많았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물론 해리슨과 스타가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팀의 레퍼터리를 거의 모두 작사 작곡하고 노래하는 레넌과 매카트니가 인기의 전면에 배치된 것은 당연지사였다. 팀 해체의 이유가 레넌-정확하게 오노 요코-에게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레넌의 튀는 인기 탓은 아니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헤비메틀의 역사에서 빠지면 서운할 영국의 딥 퍼플은 잦은 멤버교체로 유명하다. 그건 리더인 존 로드의 음악적 견해를 멤버들이 충분히 따라주지 않았거나 멤버들의 음악성이 때론 로드를 앞서갔기 때문이다.

 

로드와 함께 초기 딥 퍼플의 양대산맥이었던 리치 블랙모어는 탈퇴 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밴드 레인보우를 결성했는데 2대 보컬리스트 그래험 보넷의 머리를 기타로 후려치고 해임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이유는 보넷이 로커답지 않게 머리를 짧게 깎았기 때문.

 

이 에피소드에서 보듯 음악성이 뛰어난 밴드는 돈이 아니라 음악성 때문에 이합집산을 한다. 먼저 팀을 결성할 때 음악적 방향을 정하고 그 성향과 실력에 맞는 멤버들로 구성을 완성하기 마련이다.

 

물론 수익분배문제로 다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탈퇴나 해고의 경우 대부분 음악성의 디테일의 차이가 이유다. 비틀즈의 해체는 레넌이 요코를 만나 독자행보를 보인 이유도 컸지만 사실 멤버들이 음악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뒤 탈진상태와 답보상태에 있었던 이유가 더 컸다. 더불어 각 멤버들은 비틀즈가 아닌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력했다.

 

1960~80년대 한국에도 밴드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당시 밴드는 제도권에 진입하기 전 나이트클럽을 주 무대로 삼아 활동했고, 음반취입의 기회가 생기면 복수가 보컬리스트 역할을 번갈아 해내는 게 관행이었다. 그 중에서 한 곡이 히트되면 그 곡의 주인공이 메인 보컬리스트로서 전면에 나서거나 아예 솔로로 독립하는 게 절차였다. 조경수 윤수일 최헌 등이 모두 그랬다. 심지어 송골매는 배철수와 구창모의 트윈 보컬리스트 시스템으로 유지됐다.

 

당시의 밴드는 고집스러운 음악성보단 대중적 인기 쪽으로 기우는 게 대세였다. 우리나라에 비틀즈나 레드 제플린 같은 밴드가 없는 이유다. 오히려 1970년대의 밴드의 음악성이 훨씬 진취적이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댄스그룹과 현재의 아이돌그룹에게서 1970년대 록밴드의 음악성을 논하는 것은 엄청난 무리다. 왜냐면 일부(서태지 이현도 등)를 제외하면 그들은 독자적인 음악적 색깔과 고집을 지닌 연주자나 창작자가 아닌, 댄서 겸 연예인 지망생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건 지금의 연습생 혹은 데뷔한 아이돌이 명확한 음악적 방향성을 설정한 채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고 음악에 매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연예인 혹은 스타가 되고자 한다는 것으로 입증된다. 그들은 노래와 악기 더 나아가 작곡법까지도 배우겠지만 그것 이상으로 연기연습에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비틀즈가 영화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연기한 적은 없다. 조용필은 딱 한 번 출연했을 따름이다.

 

 

해체원더걸스 중 나머지 멤버들에게 이질감을 줄 만큼 튀는 멤버가 있는 게 아니고, 미쓰에이의 개점휴업이 해체로 이어질 경우 그게 온전히 수지 탓은 아닌 것이 명명백백한 정황과 증거는 여러 군데에 있다.

 

오히려 미쓰에이는 수지의 도움을 받은 게 사실이다. 원더걸스의 경우 초창기 소희가 뜨거운 것이 좋아로 일찌감치 영화로 지평을 넓힘으로써 도움을 받은 것은 맞지만 그녀 때문에 손해 본 것은 없다.

 

소희가 일찍 원더걸스를 떠난 것은 애초부터 그녀의 목적이 스타였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배우로서 자리를 잡기 위함이자 생존의 논리에 충실한 것이지, 그럼으로써 원더걸스가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다. 이미 원더걸스는 선미 사건도 있었고, 미국시장 진출의 성과와 쓴맛의 동전의 양면도 거쳤으며, 선예가 결혼으로 팀을 떠나는 등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는 과정에서 아이돌의 유통기한에 다다랐기에 자연스레 해체된 것이다.

 

신화나 젝스키스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 아이돌그룹은 열혈팬인 10대 소년소녀들이 사회에 진출할 즈음이면 유통기한의 끝에 이르기 마련이다. 서태지와아이들이 전성기 때 해체를 선언한 근거는 다 명확한 계산에 의한 현명한 판단에 있었다.

 

그렇다면 수지는 JYP 미쓰에이 다른 기획사 중 어느 곳을 선택할까? 사실 수지는 뮤지션으로선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배우로서 역시 최근 도리화가로 쓴맛을 봤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만큼 희망은 넓게 열려있다. CF 모델로서 특급 클래스를 찍어봤지만 그 지위의 유지는 향후 활동여하에 달려있다.

 

따라서 굳이 JYP를 고집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애써 떠날 근거 역시 희박하다. 특히 그녀가 소희처럼 오로지 배우만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지 않는다면 더더욱 새 둥지를 찾을 명분도, 그럼으로써 얻을 실속의 가능성도 많이 부족하다.

 

코스닥 상장사인 JYP 입장에선 수지의 재계약 여부가 주가변동에 변수인 것은 맞지만 트와이스 등 꾸준한 새 히트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가운데 SBS ‘K팝스타등을 통해 유망주들을 속속 영입 중인데다 박진영의 상품가치가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근시안적으로 보지 않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다.

 

아이돌그룹은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력 기획사는 주가관리는 물론 상장폐지 되지 않기 위해서 단 1초도 광합성을 쉬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수없이 많은 아이돌그룹이 결성되고 해체되는 미토콘드리아 운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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